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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소식] 흉부외과학교실 송석원 교수, 대동맥 수술 1위 의사도 피할 수 없는 적자 걱정

  • 의과대학 관리자

[인터뷰] 송석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
개원 1년 3개월 만 1000례 달성…사망률 2~7% ↓
성과 좋아도 ‘적자’ 부담…"국가대동맥혈관병원 必"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동맥박리’는 우리 몸 속 폭탄이다. ‘터지면’ 즉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초응급 질환으로 골든아워도 따로 없다. 즉각적인 처치만이 환자를 살릴 수 있다. 생과 사를 나누는 1분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대동맥 질환 환자 수술에 ‘올인’한 곳이 있다. 지난해 6월 이대서울병원에 둥지를 튼 이대대동맥혈관병원이다. 국내 대학병원 최초 대동맥 치료 전담병원인 이대대동맥혈관병원의 수장은 대동맥 질환 명의로 알려진 이대서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송석원 교수다.

송 원장은 국내에서 대동맥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의사다. 지난해 기준 800여건을 실시했다.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하루에 꼬박 2명의 환자를 수술한 셈이다. 결과도 우수하다. 송 원장은 20%에 달하는 대동맥 관련 수술 사망률을 2~7%로 낮춰 우리나라 대동맥 질환 치료 수준을 월드 클래스 급으로 높였다. 최근에는 대동맥 수술 분야 새로운 기록도 달성했다. 이대대동맥혈관병원 진료개시 1년 3개월 만인 지난달 대동맥 수술 1,000례를 돌파하며 국내 기록을 세웠다. 의대 증원 사태 여파로 대동맥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줄면서 수술이 가능한 이대대동맥혈관병원으로 환자가 더 몰리는 양상도 보인다.

‘칼잡이 의사’인 송 원장의 ‘0순위’는 대동맥 질환 환자 수술이다. 송 원장과의 인터뷰도 대동맥박리 환자 수술로 약속보다 다소 늦게 시작됐다. 수술복 차림의 송 원장은 “이제 막 수술이 끝났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리했다. 연거푸 밤샘에 전날도 9시에 퇴근했다던 그는 대동맥 수술 1,000례 달성 신기록은 “대동맥혈관병원 구성원들이 지난 1년 3개월을 치열하게 살아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흉부외과학교실 송석원 교수


이대대동맥혈관병원 성공비결 ‘3가지’
송 원장이 꼽은 성공비결은 3가지다. 탄탄한 팀워크를 기반으로 한 ‘EXPRESS(Ewha Xtraordinary PREcision Safe AORTIC Surgery) 시스템’, 대동맥 질환 환자를 전담에 집중된 의료자원과 환경, 이를 가능하게 만든 유경하 이화의료원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그것이다. 마취통증의학과 남상범 교수, 영상의학과 이광훈 교수, 심장혈관외과 전담간호사, 체외순환사, 중환자실 간호사, 병동 간호사 등 의료진 외에도 원무과, 총무과, 경비업체 직원들도 한 팀으로 EXPRESS 시스템을 움직인다.

전원환자가 도착하면 응급실이 아닌 수술실로 즉시 이동할 수 있도록 ‘대동맥 환자 전용 출입구’를 만들어 응급실 체류시간을 없애고 이동시간을 최소화했다. 환자가 도착하기 전 미리 환자등록을 마쳐 즉각적인 처치가 이뤄지도록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시간을 절약했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착오 없이 소통하기 위해 채팅방에 120여명이 들어와 있다. 이들이 모여 24시간 365일 핫라인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응급수술과 치료가 가능한 EXPRESS 시스템이 돌아간다. 이 시스템으로 병원에 도착해 수술실까지 들어가는 시간을 4분으로 줄였다. 이대로면 대동맥 수술 1,000례 달성 기간을 15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할 수도 있다.

송 원장은 “환자 전원 요청이 들어오면 등록 작업을 마쳐 우리 병원에 도착하기 전 환자 유닛 넘버가 생성된다. 응급실 체류시간이 아무리 짧아도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까지 걸리지만 대동맥 환자 전용 통로를 만들어 이를 과감히 생략했기 때문에 4분 만에 수술실 입실이 가능하다. 이는 다른 부서 동의 없이는 절대로 이뤄질 수 없다. 전 직원들이 똘똘 뭉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 내부에서도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대동맥 치료 전담병원의 가능성에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곧 의문은 성공에 대한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대대동맥혈관병원은 급성 A형 대동맥 박리 환자의 경우 수술사망률 2%, 전향적 급성 A형 대동맥박리 환자의 경우 수술사망률 7%로 획기적으로 낮췄다. 전 세계적으로도 수술사망률이 10~20%인 점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유 이화의료원장의 리더십도 중요했다.

송 원장은 “응급 대동맥 수술을 하겠다는 선언과 동시에 상당한 권한을 부여했다. 수술실도 하이브리드 룸으로 만들었고 의료진도 대거 투입시켰다. 특히 수술실 하나를 응급환자를 위해 비워두도록 했다. 세상 어떤 병원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수술실 회전율이 높아야 병원 수익을 늘릴 수 있는데 언제 올지 모르는 응급환자를 위해 수술실을 비워 놓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것들을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급성 대동맥박리 환자 2명의 전원문의를 동시에 받았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급성 대동맥박리 환자가 2명이 동시에 생겼다. 거리도 비슷했다. 복부 대동맥 파열환자는 새벽 12시 20분에, 급성 대동맥박리증 환자는 12시 25분에 도착했다. 대동맥박리증 환자 대부분이 불안정하지만 복부 대동맥 파열은 기다릴 수 없어 먼저 수술하고 연이어 대동맥박리증 환자를 수술했다. 첫 번째 환자가 12시 20분에 도착해 응급실 이동까지 4분이 걸렸고 환자 2명의 수술이 끝났을 때가 새벽 1시였다”고 했다.


전폭적 정부 지원 必…대동맥 혈관 전문의 양성 ‘목표’
초응급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고 우수한 수술 성적 뒤에는 ‘적자’ 부담도 있다. 이대대동맥혈관병원이 저수가 현실에서 수술실을 통으로 비우고 대규모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데는 이화의료원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 없는 사립병원의 의지만으로는 수익으로 전환되지 않은 구조를 지속하도 어렵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전국 어디에 살든, 어떤 병에 걸렸든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폭적인 재원투입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송 원장은 “정부가 대동맥박리 등 응급 심뇌혈관질환에 대해 의료기관을 초월한 전문가 인적 네트워크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1년에 6케이스 정도 네트워크를 통해 전원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참여하고 있는 병원에는 계속해서 돈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을 평준화하겠다는 게 정부 바람이지만 대동맥박리는 유병률이 적고 (수술)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다. 수술 케이스가 많아야 결과도 좋아지지만 지방은 환자 수가 적으니 수술 경험을 쌓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처음부터 평준화 할 수 없는 일에 평준화를 하려니 안 되는 것”이라며 “유병률이 많지 않은 대동맥 혈관 응급질환의 경우 의료자원을 골고루 나누기보다 잘 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동맥혈관병원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수술 뿐 아니라 대동맥 수술을 잘 하고 싶은 전문의를 스페셜리스트로 양성하는 국가대동맥혈관병원으로 발돋움 하고 싶다고 했다.

송 원장은 “지금도 (병원 지원으로) 아주 좋은 환경에서 환자 치료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민간병원 한 곳이 감당하기보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며 "최종 목표는 대동맥 수술에 의지 있는 전문의들을 양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