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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소식] 산부인과학교실 김영주 교수, “약물 부담에 치료 미룬다? 임신 합병증, 두는 게 태아에게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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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부담에 치료 미룬다? 임신 합병증, 두는 게 태아에게 더 위험”


‘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임신합병증 명의’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


임신은 여성에게 큰 도전이다. 살이 트고, 가슴이 붓고, 피부가 착색되는 것을 넘어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생기는 건강 이상인 ‘임신 합병증’은 태아 말고 임신부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예방은 어떻게 하며, 이미 생겼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임신부와 아이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 방법을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에게 물었다.


-임신 합병증은 무엇인가?
 “▲임신성 고혈압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병 ▲임신오조증 등이 대표적이다. 임신성 고혈압은 임신 20주 이전에 고혈압이 없었다가 임신 20주 이후에 혈압이 수축기 140mmHg, 이완기 90mmHg 이상으로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단백뇨 ▲혈소판감소증 ▲콩팥 기능 약화 ▲간 수치 2배 이상 상승 ▲두통·시야 장애·경련 ▲폐부종 등 이상이 하나 이상 동반되면 임신중독증으로 진단한다. 임신성 당뇨병은 원래 당뇨병이 없던 사람에게 임신 20주 이후로 당뇨병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임신오조증은 흔히 ‘입덧’이라 부르는 오심과 구토가 과도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임신성 고혈압과 임신중독증 환자들은 주로 머리가 아프거나, 시야가 흐려져 눈이 잘 안 보인다거나, 몸이 전체적으로 붓는다고 말한다. 혈압이 높아져 생긴 두통이라 뒤통수나 머리 전체가 아픈 경우가 많다. 또 보통의 임신부가 임신 동안 10~15kg 찐다면, 임신성 고혈압·임신중독증 환자들은 부기 때문에 20kg 이상 늘기도 한다. 간 부근(상복부)에 통증을 느끼는 사례도 있다. 모든 환자가 그런 것은 아니며, 보통은 수축기 혈압이 160mmHg, 이완기 혈압이 110mmHg 이상인 중증 고혈압 수준이 돼야 체감 증상이 나타난다.
 
 임신성 당뇨병은 환자가 느낄 만한 특이 증세가 없다. 다만, 당뇨병이 심해지면 저혈당 상태에 쉽게 빠지므로 간혹 어지럽다거나, 쓰러질 수 있다. 임신오조증은 계속 토하느라 잘 먹지 못하니 산모 체중이 줄고 얼굴이 해쓱해진다.
 
 임신오조증을 제외하면 환자가 조기에 이상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집에 혈압계를 사다 두고 수시로 혈압을 재 본다든지, 소변 검사를 주기적으로 해서 단백뇨가 관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건강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
 
 -임신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은?
 “임신 합병증은 대개 가족력이 있다. 환자의 어머니도 과거에 같은 임신 합병증을 겪은 식이다. 임신성 고혈압·당뇨병, 임신중독증은 비만도 영향을 미친다. 임신 기간에 살이 급격히 찔수록 임신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임신오조증은 임신 초기에 ▲에스트로겐 호르몬 ▲임신한 여성의 태반에서 생산되는 사람융모성성선자극호르몬(hCG) 수치가 상승하는 게 원인이다. 이에 다태임식일 때 증상이 더 심할 가능성이 있다.”
 
 -예방·관리를 위해 지켜야 할 게 있나?
 “체중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임신하면 자연스레 체중이 늘어나는 건 맞다. 그러나 평균 체중 여성이 아이 한 명을 임신했을 때를 기준으로 10~15kg 이상 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임신 중기·말기로 갈수록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므로 임신 초기엔 1~2kg만 증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입덧하며 평소 안 먹던 음식을 마구 먹기 쉽지만, 어느 정도는 자제해야 한다. 단순 당과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은 지나치게 먹지 말고, 단백질·철분·칼슘 등 영양소를 충분히 먹는다.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임신하지 않은 일반인처럼 옆 사람과 대화가 어려울 정도의 강도로 운동할 필요까지는 없다. 배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하루에 30분씩 걷거나, 스트레칭·요가·수영 등의 운동을 한다. 임신 전에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던 사람이라면, 임신했다고 하던 운동을 그만두지 않아도 된다. 다만, 유산 기미가 보이거나 태반이 태아 밑에 깔렸다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미리 상의한다.
 
 임신오조증은 체중 관리나 운동으로는 예방하기 어렵다. 빈속이면 증상이 더 심해지므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겠다면 말린 생강이나 크래커 같은 것이라도 조금 씹어삼키도록 한다. 오심·구토를 유발하는 냄새·음식·영양제를 알아내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병원에서는 임신 합병증을 어떻게 치료하나?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은 출산이다. 임신 기간이 너무 짧아 태아가 미성숙하다면 약물치료를 하면서 버텨본다. 임신부 몸이 받쳐준다면 보통은 34주까지 기다렸다가 출산한다. 34주는 돼야 아기의 폐가 성숙하기 때문이다. 폐가 성숙하지 않으면 아기가 모체에서 분리됐을 때 숨을 못 쉬어 사망할 위험이 있다. 임신부 상태가 너무 나빠져 34주보다도 일찍 출산해야 한다면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해 폐가 빨리 성숙하도록 유도한다.
 
 출산 이전에는 약물치료를 한다. 임신 중이다 보니, 쓸 수 있는 약 종류가 일반인보다는 적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임신부와 태아에게 부작용 위험이 적다고 확인된 약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임신오조증은 약을 5개월 정도 먹으면 그 이후엔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임신성 고혈압과 임신오조증에는 하이드롤라진·니페디핀, 임신성 당뇨병에는 인슐린, 임신오조증에는 피리독신·독실아민 등 약물을 주로 쓴다. 입원 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 체중이 5% 이상 감소하거나 케톤뇨가 관찰되는 임신오조증 환자는 입원해 수액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약물치료를 했는데 혈당 조절이 안 되거나, 진통 전에 양막이 파열될 위험이 있는 임신성 당뇨병 환자도 마찬가지다. 혈압이 중증 고혈압(수축기 혈압이 160mmHg, 이완기 혈압이 110mmHg 이상) 수준으로 높아지거나 임신중독증 증상을 보일 때도 입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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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합병증으로 예정보다 빨리 출산할 때, 자연 분만이 가능한가?
 “가능은 하다. 그러나 자궁 경부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분만을 유도해도 잘 잘 안 된다. 이럴 땐 제왕 절개를 시행한다.”
 
 -약물치료가 태아에게 위험하지는 않나?
 “임신부에게는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은 약을 우선 처방한다. 막연한 두려움에 약물치료를 꺼리지 말고 적극 치료해야 한다. 약물 치료를 안 해서 임신 합병증이 조절되지 않는 게 태아에게 훨씬 해롭다. 예컨대, 임신성 고혈압·임신중독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태아에게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는다. 영양소가 충분히 가지 않아 아이 심박동수가 떨어지거나 극도의 저체중아로 태어날 위험이 있다. 뇌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임신성 당뇨병을 놔두면 아이 어깨나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며 4kg 이상의 거대아로 태어날 수 있다. 거대아로 태어난 아이들은 일반 아이들보다 당뇨병 발생 위험도 크다. 산모가 임신오조증으로 고생하면 아이 역시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출산 후에도 혈압이나 혈당 수치가 제대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나?
 “임신성 고혈압 환자는 출산하고 한두 달 사이면 보통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환자 중 10~20%는 만성 고혈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임신성 당뇨병은 출산하고 6주 후에 혈당 수치 검사를 하면 보통 정상으로 돌아와 있지만, 20% 정도는 만성적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첫 아이 임신 때 임신 합병증을 겪었다면, 둘째 아이 임신 때도 반드시 겪나?
 “임신성 고혈압과 임신중독증은 첫째 때 심하게 나타나고, 둘째 임신 때는 덜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임신성 당뇨병은 둘째를 가졌을 때도 첫째 임신 때처럼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임신성 당뇨병을 겪었다면 둘째 임신하기 전에 미리 체중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려두는 게 좋다. 임신 합병증에는 개인차가 커서 예측이 어렵다. 다만, 첫 임신 때 임신오조증을 겪었다고 두 번째 임신 때 반드시 겪는 것은 아니다.”
 
 -임신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신부가 가장 잘 돌봐야 할 대상은 본인이다. 임신 기간에 여러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겪으며 우울해지기 쉽다. 혼자 감당하지 말고, 남편 등 주변인에게 심리적 지지를 충분히 받길 바란다. 극도로 우울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받는 것도 좋다. 주변에 도움 청하기를 망설이지 않았으면 한다. 엄마가 건강해야 한다.”


교수이미지

▲산부인과학교실 김영주 교수


김영주 교수는…
 이화여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을 지내며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15년 전, 임신중독증이 아주 심한데다 혈액 응고가 잘 안 되는 환자를 수술한 적 있다. 환자가 위독해 임신 30주차에 제왕 절개로 급히 출산했다. 김 교수는 “수술한 곳에서 계속 출혈이 이어져, 수혈 팩을 거의 100개나 사용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헌신적인 치료 덕에 환자는 무사히 회복했다. 그렇게 퇴원한 환자들이 아이들과 오손도손 사는 것을 보는 게 가장 큰 기쁨이다. 


 출처 : 헬스조선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1/01/2024110102329.html)